혹시 이런 기사 제목, 들어보셨나요?
“개미들, ‘곱버스’에 5,000억 베팅!”
“하락장에 웃는 투자자, 인버스로 역전 드라마 썼다”
“증시 고점 경고… 똑똑한 개미는 이미 인버스로 갈아탔다”
이런 제목들을 읽다 보면 왠지 모를 기대감이 듭니다. ‘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시장이 오를지 내릴지 방향만 제대로 맞추면 되는 거 아닌가? 남들은 이미 수천억을 투자했다는데,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인버스 상품에 돈을 쏟아부었는데 정작 주변에서 ‘대박 났다’는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요? 언론이 보여주지 않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진실이 있습니다.
‘베팅’이라는 단어 뒤에 숨겨진 함정
뉴스 헤드라인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바로 ‘베팅’, ‘승부’, ‘한판’, ‘역전’, ‘올인’ 같은 말들인데요. 이 단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도박 용어라는 점입니다.
“개미들, 하락에 ‘베팅’하다”라는 기사를 보면, 마치 스포츠 경기 결과를 예측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맞추면 2배, 틀리면 잃는 단순하고 짜릿한 승부의 세계처럼 말이죠. 하지만 인버스 ETF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경마나 토토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경마는 말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승패가 명확히 갈립니다. 중간에 어떤 경로로 달렸는지는 중요하지 않죠. 하지만 인버스 ETF는 다릅니다. 지수가 3,000에서 2,500으로 떨어졌다고 해서 무조건 수익이 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경로로 떨어졌느냐에 따라 수익률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마치 일직선으로 떨어지는 경우와,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며 떨어지는 경우의 결과가 정반대일 수 있다는 거죠.
문제는 대부분의 기사가 이러한 복잡한 구조적 특성을 간과하고, 단순한 ‘베팅’이라는 프레임으로만 덮어버린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방향 맞추기’라는 착각을 심어주기 때문이죠.
‘수십억’이라는 숫자가 만드는 착시 효과
“5,000억 순매수”, “역대 최대 규모”, “개인 투자자 쏠림 현상”. 이런 거대한 숫자가 기사 제목에 등장하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생각합니다. ‘저렇게 많은 사람이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사회적 증거(Social Proof)라고 설명합니다. 줄이 길게 늘어선 식당에 더 끌리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을 따라 하는 심리입니다. 언론은 바로 이 심리를 정확하게 파고듭니다. ‘수천억이 몰렸다’는 보도를 접한 투자자들은 정보가 부족하더라도 ‘나도 해야 하나?’ 하는 조바심을 느끼게 됩니다. 뒤처지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죠.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군중이 몰린다고 해서 그 방향이 언제나 옳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입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코스피가 3,000을 돌파하며 ‘고점론’이 쏟아졌을 때, “이제 곧 떨어진다”, “버블이다”라는 기사를 믿고 인버스 상품에 투자했던 사람들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상당한 누적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후속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클릭이 진실을 삼키는 시대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기자들은 ‘조회수’와의 싸움에 내몰립니다. “인버스 ETF의 구조적 위험성 분석”이라는 냉철한 제목보다는 “폭락 임박! 개미들, ‘곱버스’ 묻지마 투자 후회… 원인은?”과 같은 자극적인 제목이 훨씬 더 많은 클릭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공포나 탐욕을 자극하는 내용이 살아남고, 객관적인 분석은 묻히는 현상이 심화됩니다. 결국 기사들은 더욱 자극적으로 변해갑니다. 하락론자의 공포를 부추기거나, 손실을 본 투자자의 분노를 건드리거나, 혹은 ‘이번엔 다르다’는 희망을 파는 방식이죠.
안타깝게도, 인버스 투자자들은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해 줄 만한 기사를 찾아 읽는 경향이 있습니다. “증시 붕괴 신호”나 “역대급 버블 경고”와 같은 기사들이 그들의 마음을 더욱 흔들겠죠. 그리고 언론은 이런 수요에 맞춰 더 많은,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해냅니다.
진정으로 투자 성공을 원한다면, 화려한 헤드라인 뒤에 숨겨진 복잡한 이면을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눈앞의 ‘베팅’이라는 달콤한 유혹 대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신중한 판단이 우리를 진정한 성공으로 이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