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리 아이도?”…자폐 스펙트럼, ‘경계선’에 선 아이들의 숨겨진 신호들
“우리 아이,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른 것 같은데… 혹시?”
이런 막연한 걱정을 품어보신 부모님들, 저 또한 그랬습니다. 제 아이를 키우면서 수없이 했던 생각이었죠. 특히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단어는 왠지 모를 두려움과 함께 다가왔지만, 막상 정보를 찾아보면 ‘우리 아이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안심하기도 어려운 모호함이 있었어요. 오늘은 제가 직접 겪으며 느꼈던, 어쩌면 ‘경계선’에 있는 아이들의 미묘한 신호들과 자폐 스펙트럼 초기 증상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자폐 스펙트럼’, 그 모호한 경계선에 선 아이들
‘자폐 스펙트럼’은 단순히 한 가지 모습으로 정의되기보다는, 매우 넓은 범위의 특성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그래서 어떤 아이들은 명확한 진단을 받기도 하지만, 또 어떤 아이들은 그 스펙트럼의 ‘경계선’에 서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제가 경험한 경계성 자폐 스펙트럼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특징을 일부 가지고 있지만, 공식적인 진단을 받기에는 모호한 경우를 말해요. 아이들은 사회적인 상호작용이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보이기도 하고, 특정 활동이나 관심사에 깊이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하거나, 사회적 상호작용을 시도하기도 하죠.
가장 헷갈리는 부분은 바로 이 ‘모호함’입니다. 예를 들어, 제 아이의 경우 특정 놀이나 행동에 유난히 집중하거나, 때로는 자기 세상에 빠져든 것처럼 보일 때가 있었어요. 이런 행동들이 반복될 때면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또래처럼 행동하는 듯 보여 안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간헐적인 위화감은 부모의 마음을 계속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① 눈 맞춤, 그 미묘한 신호 놓치지 마세요
신생아 시기에는 아이가 젖을 먹거나 저를 바라볼 때 눈을 맞추며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했어요. 그런데 돌이 지나면서부터 간헐적으로 눈 맞춤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특정 상황에서는 여전히 눈을 잘 맞췄지만, 점점 더 눈을 마주치는 시간이 짧아지고, 의도적으로 눈을 피하려는 듯한 행동을 보일 때가 잦아졌습니다.
돌 이후 성장하면서 아이의 눈 맞춤이 더욱 어려워지고 눈을 피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졌을 때, 그때서야 ‘우리 아이가 자폐 성향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습니다. 눈 맞춤은 아이의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해요.
② 사회적 반응, ‘이름을 불렀는데…’
아이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을 때 반응하지 않거나, 까꿍 놀이 같은 사회적 놀이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도 자폐 스펙트럼의 초기 신호일 수 있습니다. 저희 아이 역시 이 부분에서 종종 저를 당황하게 만들곤 했습니다. 이름을 부르면 간헐적으로 돌아보거나, 까꿍 놀이에 무반응일 때가 있었죠.
성장하면서 이러한 반응 부족은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호명 반응이 사라지고, 타인의 감정에 둔감한 모습을 보일 때면 마음 한편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의 이름에 대한 반응, 놀이에 대한 관심 등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③ 언어 발달, ‘말문이 트이기보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12개월 무렵이면 ‘엄마’, ‘아빠’와 같은 첫 단어를 말하고, 24개월에는 50개 이상의 단어를 구사하며 언어폭발기를 경험합니다. 제 아이는 ‘아빠’라는 소리를 냈지만, 그것은 의미 있는 호명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소리였어요. 18개월 이후에는 단어를 모방하려는 시도마저 사라졌고, 오히려 언어 퇴행이 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폭발적으로 단어를 늘려가지만, 제 아이는 무발화 상태가 지속되었습니다. 5~6살이 되어서도 소리 모방이 어려워, 비언어적인 의사소통부터 다시 배워나가야 했습니다. 언어 발달 속도는 물론, 단어 사용의 의미와 의도까지 꼼꼼히 관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반복되는 행동, ‘이게… 뭐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들은 종종 제한된 관심사를 가지며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저희 아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놀 때도,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카드 줄을 세우거나, 바퀴를 굴리기보다는 일렬로 나란히 세워놓는 것을 좋아했어요. 빙글빙글 도는 행동도 잦았죠.
어릴 때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행동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특별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러한 반복적인 행동들이 아이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 패턴을 파악하고 아이의 흥미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감각 민감성, ‘소리, 냄새, 촉감…’
특정 소리, 빛, 냄새, 혹은 촉감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감각 민감성도 자폐 스펙트럼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저희 아이는 특히 촉감에 민감해서, 촉감 놀이를 극도로 싫어하고 피하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당황했지만, 다행히 감각 과민성이 심하지 않아 꾸준히 반복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면서 아이가 조금씩 익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몇 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아이의 감각적인 반응을 면밀히 살피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만의 아이’를 이해하는 여정
경계성 자폐 스펙트럼이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것은 부모에게 끊임없는 도전이자 배움의 여정입니다. 아이의 성향을 깊이 이해하고, 그에 맞는 양육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은 때로는 험난하지만, 그만큼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 아이의 경우, 오랜 시간 무발화 상태를 유지하며 언어치료와 같은 전문적인 도움을 병행했습니다. 가정에서도 아이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려고 끊임없이 노력했고요.
만약 여러분도 아이의 모습에서 비슷한 신호들을 발견하셨다면, 너무 앞서 걱정하기보다는 아이를 더욱 세심하게 관찰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이의 눈빛, 반응, 행동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읽어내려는 노력이, 우리 아이만의 특별함을 이해하는 가장 확실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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